폭싹 속았수다 시집 모음 9편 정리

드라마 폭삭속았수다는 저에게 감동으로 다가온 영상이었습니다.
가족의 이야기, 사랑, 인연들을 소재로 참 오랜만에 눈가에 물기가 가득었네요.

드라마 속에서는 나온 오애순 시 총 9편을 정리해봤습니다.
한편 한편이 참 좋았습니다

< 오애순 시 집의 목차 >

유독 빨랐던
호로록 봄

폭염도 태풍도 뭐가 다 처음이던
꽈랑꽈랑 여름

수확의 계절인 줄 알았는데 털리는 계절이었던…
자락자락 가을

여전히 반짝이는
펠롱펠롱 겨울

그리고 다시
만날, 봄

< 개점복 >

허구헌날 점복 점복.
태풍와도 점복 점복
딸보다도 점복 점복.

꼬루룩 들어가면 빨리나 나오지.
어째 까무룩 소식이 없소.
점복 못봐 안 나오나,
숨이 딸려 못 나오나,

똘내미 속 다 타두룩
내 어망 속 태우는
고 놈의 개점복.

점복 팔아 버는 백환.
내가 주고 어망 하루를 사고 싶네.
허리아픈 울어망,
콜록대는 울어망.

백환에 하루씩만
어망 하루 쉬게 하고 싶네.

< 물심양면 >

오애순 37표
이만기 28표
아직도 숫자 하나 못 잊는다.
천하장사 이만기도 이름 듣기 아팠다.

물심양면 안 돼서
육군장성 아들한테 내 급장 뺏기던 날.
어린 맘이 불덩이를 삼켰다.

내 새끼들 낳고서 하나만 생각했다.
물심양면 안 돼서 급장 뺏기는 마음.
우리 애들은 절대로 모르게 할 거라고.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 마음 하나
이를 꼭 물고 살게 하데요.


< 개코딱지 >

한 뼘이나 작았다.
분명히 지가 오빠라는데.

개코딱지만 한 게
자꾸 나만 쫒아다녔다.

천덕꾸러기 부엌때기.
눈칫밥 식모살이
서러워 엉엉 발을 동동 구를 적에
나 챙피한 꼴만 다 들켰다.

개코딱지 같은 게 그렇게나 얄밉더니.
그때 그 코딱지가
내 태산이 되었네.

< 제주 >

천 만 번 파도.
천 만 번 바람에도
남아있는 돌 하나.
내 가심 바당에
삭지 않는 돌 하나.

엄마.


< 추풍 >

춘풍에 울던 바람
여적 소리내 우는 걸,
가만히 가심 눌러
점잖아라 달래봐도
변하느니 달이요,
마음이야 늙겠는가.

< ㅊㅅㄹ >

있으면 귀찮고.
없으면 궁금하고.
내가 뭐라면 괜찮고.
남이 뭐라면 화나고.
눈 뜨면 안 보는 척.
눈 감으면 아삼삼.

만날 보는 바람 같아 몰랐다가도,
안보이면 천지에 나 혼자 같은 것.

입 안에 몰래 둔 알사탕처럼,
천지에 단물이 들어가는 것.

그래서 내 맘이
만날 봄인가.

< 동갑되던 날 >

엄마 잃던 나이가 열 살이었네.
고아 되던 나이가 열 살이었네.

손주보다 어린 나이에
손등 터 밭 갈던 나 생각에 설웁다가도

그 속을 생각하면 비할 바가 아니라
비할 바가 아니라…

자식 셋 두고가던
우리 어망 나이가
스물아홉이었네.

스물아홉이었네.

나 스물아홉 되던 날
열 살처럼 울었네.


< 잘도 아꾸운 삼촌 >

가메기.
돌킹이.
코풀레기.
촐람생이.
몽생이.
강생이.
막냉이.
막둥이.


동명이.


부를 것도 많던 막냇 강아지.
가슴에 묻고는 꽁꽁 숨겨 버렸더니.

아우 동명이.
동무 동명이.
불릴 것도 내가 다 뺏어버렸네.

손주가 동명 누운 자리에 가.
“동명이 삼촌” 하는데…

꽁꽁도 쌓아올린 가심 돌담이
또 풀썩 무너졌네.

세 살배기 동명이 삼촌.
세 살배기 내 강아지.
잘도 아꾸운. 내 동명이.

< 두고 가는 마음에게 >

어려서는 손 붙들고 있어야 따신 줄을 알았는데
이제는 곁에 없어도 당신 계실 줄을 압니다.

이제는 내게도 아랫목이 있어.
당신 생각만으로도 온 마음이 데워지는 걸.
낮에도 달 떠있는 것 아는 듯이 살겠습니다.

그러니 가려거든 너울너울 가세요.
오십 년 만에 훌훌, 나를 내려 두시고.

아까운 당신.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꼬운 당신. 폭삭 속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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