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 마지막 팬클럽 – 채작가

삼미 슈퍼스타즈 마지막 팬클럽 – 채작가

벨류스타에 올라와 있는 채작가님의 글이 였네요.

현재는 너무 오래된 글이라 원본 링크를 걸 수가 없네요

원본 링크를 알려 주시면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채작갑니다.

 

투자서가 아닌 소설을 추천해보기는 처음이네요.

토요일 영풍에 가서, 아는 사람의 소개로 산 책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뭐랄까.. 제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우연찮게 찾은것 같네요.

 

최근 저는,

투자에 대한 연구를 얼마나 진행해야 하는지,

쉬운투자를 왜 하지 못하는지,

기업분석을 할때 재밌었던 것들이 왜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 고통이 되기도 하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모두가 미래에셋의 인사이트에 대해 열광하고 있을때 난 왜 그놈의 것을 처음 듣는지;;

그렇게 세상에 등지고 살아도 되는건지를 고민했습니다.

 

또, 읽는 책들은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그건 또 괜찮은건지,

그래서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도 잘 모르겠고 하는데 이런건 또 되는건지,

반쯤 읽다가 ‘아 이건 아닌데…’하며 서랍에 그냥 꽂아둔 책도 있고. 그렇게 책들이 쌓이면 잠 잘 공간도

안나오는게 아닐까하는 황당한 생각도 해보고,

게다가 어려운 책을 읽으면 왠지 으쓱해지는 심리가 생기는것도 같은데 이런 나도 된장이었나? 하는 생각에,

뭐랄까. 고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또 회사는 왜 이렇게 나를 부려먹을까.

고과를 잘 주고 연봉을 올려주는게 고맙긴 한데 나는 왜 감사를 못하나.

주말에 왜 일요일에도 나와서 일을 해야하는건지.

데이트같은것도 하고 그래야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하고 그러는게 아니었는지?

회사 간부님들 도대체 언제 결혼하셨소?

이러다 몸상하면 피해는 나만 받는데 그럼 안되는데.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hurry up 한 인생의 대전환기인것 같습니다.. 2007년은요.

 

추천서 제목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는 책입니다.

 

전 야구를 정말 싫어하지만요,

이 책을 읽으니 야구가 왠지 좋아지네요.

 

주변이 온통 ‘프로’들뿐인 이 세상에,

가장 프로답지 않은 야구를 했던

삼미 슈퍼스타즈를 너무나 사랑한 인천태생의 한 청년(저자)의 솔직한 스토리입니다.

때문에 소설이면서 non-fiction의 장르라고 해도 될것 같고요.

 

그런데 저자의 글쓰는 스타일이 너무나 재밌어요.

뭐랄까.. 문체가 굉장히 가볍고, 읽으면서 몇번을 ‘키득’거리거나 ‘하하하’했는지 모릅니다.

 

세상을 모두 ‘프로’로 만드는 지금

‘아마추어’로 살아가는 것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이 책을 읽고 나니,

마음의 평온이 찾아온 듯 하네요.

 

개인적으로 오늘의 시작은 피곤했습니다.

 

뭐랄까…일요일 아침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고,

2주후의 발표자료를 준비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공시와 또 분기보고서.. 뉴스.. 이런것들을 검색하고 취합하다가,

‘아, 자료수집은 대충된것 같고..정리를 해야하는데.. 어제 못자서 피곤하니까 좀 잘까?’하다가,

자기전에 책을 보는 습관이 좀 남아있어서

 

9시부터 꺼내들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10시반에.

 

한시간 반만에 다 읽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머릿속이 청명해지는데,

이제 그 얘기를 할까합니다.

 

3년간 제가 읽은 책은 모두가 경제경영 및 투자와 심리학 혹은 인문학이 있더라도 어려운 책…

그런것들이 주로되어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걸까요?.

제 삶역시도 읽는 책 만큼이나 어렵고, 치열하고..

제 주변의 사람들도 다 치열하게 살아가고…

모두가 그러는데 또 그래야 한다고 회사에서 교육하고, mass media에서 온통 떠들어대고,

지기 싫어하는 저는 더 또 그래서 더욱 그래야 할 것 같고,

그래서 뭘 하든지 더 하려고 하고,

난 20억 모으기 전까진 한푼도 안썼어… 라는 세이노 선생이 귓가에 소리치는것 같고,

니 인생에 여자는 사치란다..고 친구들이 얘기하는것 같고,

 

그래서 내가 잘 할 수 있는것은 ‘일’뿐이고, 왠지 거기서 승부를 내야 할 것 같고,

때문에 진짜 입사후 내내 가장 힘들다는 일만 찾아서 했고,

어려운 곳에 적응해서 인정받고. 그게 최고인줄 알고.

 

그러는 사이,

나는 있는데 내가 누군지도 잘 모르겠고,

다들 어디론가 전화하는데 나는 할 곳도 없고,

외로운데 외롭다고 말할 사람도 없고.

술 한잔 기울이는 것도 이젠 대학시절의 추억일 뿐인것 같고.

그렇게 내 인생이 황량해지고 메말라가는것을 보고,

또 감성적으로 ‘이러면 안되는거 아닌가?.’라고 생각할라치면

‘여전히 아마추어야..’라고 자책하며 마음을 기계적으로 추스리다가도,

 

‘엄마는 널 사랑한다’는 얘기에 갑자기 눈물이 솟고,

‘쉬어가면서 해라’는 아버지 얘기에 건강하시라는 말을 못하고

‘그런건 알아서 하죠. 뭐.’라고밖에 말 못하는,

그런 내가 되버린것 같은 생각에,

 

지금의 어렵고 바쁜 시기가 맞물려

자꾸만 늪처럼 더욱 더 깊은 우울에 빠져,

염세적인 생각에 더욱 더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나 봅니다.

 

그런데, 이 촌스런 제목의 책을 읽고 나니까.

 

예전에 내가 정말 소설을 좋아했었는데..하는 생각이 다시 들고,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진자’를 읽고 거의 기절할만큼 흥분했던 기억도 소록소록 생각나고,

천천히 가는 즐거움이라던가, 법정의 무소유같은 개념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데,

 

아. 인생은 이렇게 빨리만 산다고 최고는 아니라,

가정을 버려야 직장에서 성공하는것도 아니고,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이 있는건 알겠는데, 그래도 얘기 좀 하면 어때?라는 생각도

해봐야 하는거고,

one page proposal이 훌륭한건 알겠지만, 아직까지는 능력이 안되서 2장으로 하면 머 어떠냐~

경제를 읽는 기술이 없으면 또 안되는건지,

32세에 32평 만들어야 하는건지, 내 안에 잠든 거인은 그냥 자라고 좀 놔두면 안돼나 걔도 피곤할텐데.

 

막말로 삼미는 1루수를 투수로 내놓았던 팀이라는데, 하도 얻어맞아서 투수가 없어서 하마터면

감독이 투수로 올라올뻔 했는데;;

 

대한민국에 안되는게 어딨어?.

하는 황당한 배짱같은게 생기네요.

 

그래서 그런걸까요?.

 

당분간 기업분석에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철학처럼

‘치기어려운 공은 치지않고, 잡기 어려운 공은 잡지 않는다’는 것을 해도 좋을것 같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기업분석이 진정 재밌었던 때는 철없던 시절인지도 모르겠네요.

 

운용액이 11백만이던 때.

그걸 쪼개서 대략 8~10개의 기업을 샀으니 기업마다 100만원수준의 투자액이 들어간때였군요.

‘잃으면 어떠냐~ 연습인데~’는 막장심리가 작용하던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림산업을 6만원 매수 후 12만원에 매도할때, 당시 여친이 묻더군요. 더 오르면 어떡하냐고.

‘더 올라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그 위험을 감안하는 사람들의 몫이지 내 것이 아니거든.’ 이라고 대답했었는데.

 

오히려 그때가 ‘어려운 공은 안치고 안잡는다’는 철학을 몸소 실천하고 있어서,

게임을 계속 하더라도 지치지 않는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운용액이 1년연봉을 훌쩍 넘어서 2년치 연봉과 맞먹게 되버린 지금.

결코 막장심리로 투자에 접근할 수 없게 돼버린 지금은,

바로 그 금액의 크기 때문에 지쳐버리는것이 아닌지.. 모르겠네요.

 

모든게 다 그렇지만,

 

게임에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빨리 지칩니다.

군대의 헐렁한 축구(고참만 차는 축구)는 하루종일도 하지만,

국가대표의 경기는 연장전만 가도 쥐가 나는 선수들이 허다합니다.

 

원인을 찾다보니,

 

최근, 저는 재밌는 투자를 잃어버린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슬램덩크’에도 나오죠.

북산이 전국대회에서 ‘풍전’이라는 고교와 싸울때.

풍전의 선수들이 모두다 이기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을때 되려 점수가 나지 않고 북산에게 자꾸만 점수를 주게되죠.

 

남훈이라는 풍전의 주장이 말합니다.

‘어느새 우리는 대전제를 잊고 있었다.’

 

‘농구는 즐겁게 하고 있나?…’

 

그리고 북산을 턱밑까지 추격하게 됩니다.

 

제가 철학처럼 삼고 있는 신조는

논어 6편의 옹야편에 나오는 귀절인데,

 

지지자(知之者) 불여호지자(不如好之者),호지자(好之者) 불여낙지자(不如樂之者).

 

‘무릇 그것을 아는 사람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못하고,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것을 즐기는 사람만 하지 못하다’ 란 뜻입니다.

 

아무리 많이 알아도, 그것을 좋아해야 하고, 또 그것을 너무 재밌게 즐기는 사람이 더 나은 결과를

얻게되고 지치지 않는단 얘기겠죠..

 

‘현재를 즐겨라’는 뜻의 카르페디엠 역시,

언젠가 죽을건데 지금 놀아라..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가 아니라,

 

지금을 ‘즐겨라’, 현재 하고 있는것을 미친듯이 즐겨라.는 품위있는 얘기일것입니다.

 

밸류스타님들은,

 

투자는 재밌게 하고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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